넷플릭스
[넷플릭스] 한니발 시즌 1 (HANNIBAL SEASON 1)
무더운 여름철에 딱 어울리는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올라왔네요.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 테지만 이제라도 한니발 렉터 박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2013년 첫 시즌이 시작됬으나 시청률 부진으로 3시즌으로 막을 내린 드라마입니다.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한 걸 알고 여태 보지 않았습니다.
1시즌만을 놓고보면 혹평이 전혀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줄거리
살인현장을 보고 살인과정, 살인마의 심리와 의도, 동기를 알아내는 특이한 공감각 능력을 가진 윌 그레이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살인자의 생각과 마음을 체험하게 된 윌은 심적으로 힘들어 합니다. 그러다 윌은 의도치 않게 연쇄살인마를 제 손으로 죽이게 됩니다.
머릿속으로 살인을 상상만 하던 그가 실제로 살인을 하게 되자 윌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런 윌을 돕기 위해 한니발 렉터 박사가 윌의 정신상담을 하게 됩니다.
한니발의 도움으로 윌은 서서히 변해 갑니다. 한니발이 바라는 모습으로.
한니발
드라마의 평이 혹평이어도 감상을 선택한 이유는 당연히 한니발 렉터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이 있지만 그건 렉터 박사가 붙잡힌 이유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보고 싶은 한니발은 그의 전성기 시절의 모습이었습니다.
체서피크 리퍼로서 명성과 공포를 안겨주던 한니발. 그를 충분히 만날 수 있는 넉넉한 시간들(1시즌은 13편입니다.)
1시즌은 제가 보고 싶은 한니발의 모습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윌과의 대화만으로 살인마의 실체를 꿰뚤어보고 그에게 힌트를 주는 장면들.
윌이 실제와 환상을 분간하지 못하고 미쳐가게 만드는 몇마디의 암시와 말들.
혐오스러운 요리 과정과 사치스럽고 아름다운 음식들의 향연.
단 한순간도 흐트러짐이 없는 한니발의 표정과 수트빨.
한가지 한니발의 살인 씬이 두번 나오는데 둘 다 실망스러웠습니다. 한니발은 너무나 지적이고 인간을 초월해 버린 인격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우아하지도 아름답지도 않게 평범하게 살인을 하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보여주지 않고 미스테리하게 놔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다행히 두번 밖에 나오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니발을 맡은 매드 미켈슨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사람을 초월한 듯이 시종일관 평온 그 자체의 차가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안소니 홉킨스의 한니발에겐 유머가 있었는데 이 분에게 그런 건 없습니다.
친구로서, 아버지로서의 한니발
드라마 속 한니발은 기존에 제가 가졌던 이미지의 한니발과 다름이 있습니다.
바로 윌을 친구로서, 아비게일을 딸로서 여기는 한니발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친구와 아버지와는 사뭇 다릅니다.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번데기 상태의 나방처럼 한니발은 윌과 아비게일이 자신과 같은
수준의 인격으로 되어가게 이끌어 가는 존재로 생각되었습니다.
덱스터의 아버지가 덱스터에게 살인방법과 들키지 않는 방법을 가르친 거와 다르게
한니발은 그들의 살인마가 될 잠재력을 보고 그들이 살인에 이를 수 있도록, 죄의식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혹은 초월하도록 돕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암시만이 아니라 한니발의 고백과 행동에서 역시 한니발이 얼마나 차원이 다른 인격인지 감탄하게 됩니다.
윌 그레이엄
실제 살인을 하게 된 순간 윌 그레이엄은 환상에 빠져듭니다. 생각만큼 살인이란 게 혐오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만으로 죄의식에 괴로워하지만 한니발때문에 나아지긴 커녕 점점 나빠지기만 합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하며 상상 속에 살인이 어쩌면 진짜인 건 아닌 지 두려워 합니다.
드라마 내내 그런 불안한 심리상태와 환상이 나오는데 아주 연출이 탁월합니다.
반복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점점 그 정도가 심각해 진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게 도와줍니다.
꿈 속에서 검은 사슴이 윌 주위를 배회합니다. 멀리서 그를 바라보기도 하고, 그의 뒤를 따라오기도, 그를 찾아 오기도 합니다.
검은 사슴이 무엇을 상징하는 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의 죄의식인가?
그 안에 숨어있는 살인충동인기?
마지막 13편에 검은 사슴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또한 1편에서 윌이 죽인 연쇄살인마의 대사의 수수께끼도 풀립니다.
드라마 최고의 순간 두번째였습니다.
최고의 장면
영화 한니발에서 가장 슬프고 비극적인 노래가 있습니다. 오페라 신에 삽입된 곡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느 오페라에 나오는 곡인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를 위해 작곡된 곡이라 많은 클래식 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이 곡이 나옵니다. 숨이 멎을 뻔 했습니다.
그야말로 드라마의 피날레로 최고의 선곡이자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양들의 침묵에서 영감을 얻은 씬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한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는 장면인데 이렇게 멋질 수가 없었습니다.
시즌1은 그 자체만으로도 제게 완벽한 마무리였기에 2,3시즌을 봐야 하는 지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혹여나 1시즌의 감동에 마이나스가 되지 않을 까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입니다.
그냥 이대로 한니발의 모습을 기억하는 게 더 낫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즌1 예고편을 올립니다. 잔인하니 19세 미만인 분은 보지마세요
한니발 시즌 1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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