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넷플릭스] 호주 공포영화 바바둑 (BABADOOK ,2014)
바바둑은 2014년 호주에서 제작된 호러영화입니다.
여성감독 제니퍼 캔트의 장편 데뷔작으로 이 작품은 그해 그해 최고의 호러영화로 여러 매체와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초반 30분정도는 감상을 그만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지만 버텨내니 대단한 작품을 만난 포만감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멜리아는 사무엘이 태어난 날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었습니다. 공과금도 겨우 내면서 빠듯한 삶을 사는 아멜리아는 하루하루 지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들 사무엘입니다. 밤마다 괴물이 나올까 무서워 엄마에게 달려가고,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뿐더러 , 공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어느날 사무엘은 자신이 직접 고른 동화책을 아멜리아에게 읽어달라고 조릅니다.
그 책의 이름은 바로 바바둑입니다.
아이들용 책으론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어 아멜리아는 이내 다른 책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바바둑이 찾아옵니다.
2. 아멜리아
늘 소리만 빽빽 지르는 다루기 힘든 7살난 아이지만 그래도 어미인 아멜리아는 아들을 이해하려 하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행동으로부터 아들을 보호하려 노력합니다.
사무엘도 그런 어머니의 정은 아는지 아멜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어머니를 보호해 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초반 30분의 사무엘은 정말 쥐어 패고 싶을만큼 아멜리아를 힘들게 합니다. 보는 저도 답답하지만 어미는 아마 피가 마를 것만 같습니다. (그만보고 꺼버리고 싶은 유혹을 느꼈습니다.)
영화 중반부에 이르면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아멜리아의 심적 고초가 어마어마하단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멜리아는 자식을 혼자서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 그날 잃은 이가 남편이 아닌 아들이길 바래 보기도 합니다.
보통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거나 괜시리 먼저 떠난 걸 원망하기 마련인데 아멜리아의 저런 심정은 십분 이해가 됩니다.
3. 사무엘
처음엔 정말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 엄마말을 지지리도 듣지 않는 꼬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무엘은 어머니를 지켜주게 됩니다.
7살 꼬마가 다 큰 어른을 챙겨주는 것도 쉽운 일이 아닌데 이 녀석은 심지어 바바둑과의 싸움도, 그와의 심리게임에서도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사무엘 본인도 무서워 오줌을 질질 싸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하는 엄마를 지키기 위한 사무엘의 용기있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4. 모자는 용감했다.
처음엔 사무엘 혼자였지만 이젠 엄마 아멜리아가 아들을 보호할 차례입니다.
바바둑에 대항해 싸울 힘도, 연장도 없는 그녀지만 아멜리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바바둑에게 퍼붓습니다.
어쩌면 아멜리아는 바바둑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아멜리아는 그동안 아들을 그런 식으로 대했던 자기 자신에게 분노를 터트리는 것 같습니다. 바바둑이 아닌 자신에게.
바바둑 예고편
(스포일러가 있으니 안보신 분들은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5. 마지막 엔딩
아멜리아는 땅밑에 사는 지렁이들을 잡아 모읍니다. 충분히 양이 모이자 그릇에 담아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마치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처럼 바닥에 그릇을 내려놓자 어둠속에서 뭔가가 그릇을 낚아채 갑니다.
이 마지막 장면은 아주 묘합니다. 아멜리아와 사무엘은 바바둑을 사육하고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사육하는 게 맞다면 왜?
바바둑은 동화책에 나오는 악령이나 괴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멜리아가 가지고 있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무의식(아들이 죽길 바라는, 혹은 남편대신 아들이 죽기를 바라는)이 바로 바바둑의 정체로 볼 수 있습니다. 바바둑이 아멜리아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지만 좋든 싫든 그것은 아멜리아의 일부입니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몸의 한 부분을 뜯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아멜리아는 자신의 혐오스러운 무의식을 외면하기(더 나아가 업애기)보다는 그것을 인정하는 태도를 가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선 다시는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다시 자신을 집어 삼키기 전에 길들여 온순하게 만들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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