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하이랜더 (1986)


처음 넷플릭스에 가입했을 땐 달마다 올라오는 수많은 신작에 흥겨워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큰 감흥을 받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요즘엔 신작보단 옛 추억의 명화가 업데이트될 때 더 많은 흥미와 관심이 갑니다.

최근엔 어릴적 티비에서 봤던 추억의 영화 한편이 올라왔는데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1986년 개봉한 하이랜더는 신화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제는 컬트 영화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영화의 스토리와 장면들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전혀 기억에도 없는 장면들이 많아 제 기억력이 노화현상을 겪는건 아닌 지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1. 스토리
머리가 잘리지 않는 한 죽을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1500년대에 태어난 스코틀랜드인 코너 맥클라우드는 그와 같은 운명을 지닌 라미레즈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됩니다. 자신들은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서로를 죽일 때까지 싸움을 벌이고 상대의 목을 밸때마다 힘을 얻게 됩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그들 종족 중 가장 강한 쿠간은 하나둘씩 차례로 종족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이제 현대의 뉴욕에서 코너 맥클라우드를 노립니다.

2. 죽지 않는 존재


수백 수천년간 죽지 않고 살아온 불사의 존재들이 검술을 가지고 상대의 목을 자를 때까지 싸움을 거듭한다는 소재는 지금도 진부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영생이라는 소재는 아마도 언제까지나 매혹적인 이야기일테고 목을 자르는 검대결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합니다.

이 주인공들이 왜 죽지 않고 영생하는 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문현답으로 스리슬쩍 넘어가는 데 아주 그럴듯합니다.

도데체 어떻게 된거죠?
해는 왜 떠오르는 걸까?
누가 알겠나 
내가 아는건 자네가 다르게 태어났다는 걸세

3. Who wants to live forever


 코너 맥클라우드의 스승 라미레즈는 코너에게 연인에게서 떠나라고 수차례 권유합니다. 라미레즈는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 주지만 코너는 사랑하는 연인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하이랜더에서 가장 유명한 곡인 퀸의 ' who wants to live forever ' 가 흘러나오고 코너가 그의 연인과의 작별 장면이 시작됩니다.


작별 신의 초반 1분만 봐도 코너 맥클라우드가 겪을 고통이 무엇인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영생이라는 것이 축복처럼 생각되었지만 코너에게는 저주가 되었습니다.

이젠 할머니가 된 코너의 연인과 코너오의 문답 신은 정말로 절절합니다.
난 정말 모르겠어요
뭘?
왜 당신이 계속 있는지
처음 만났을 때만큼 지금도 사랑하니까
4. 삭제신

하이랜더에 대해 알아보던 중 코너 맥클라우드의 숙적 쿠간이 뉴욕에서 종족과의 대결신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안타깝게도 화재로 필름은 소실되어 스틸컷만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이 스틸컷을 이어 붙여 대결신을 편집한 영상이 있었습니다.

영상을 클릭한 깜짝 놀랐습니다.

쿠간과 대결하는 상대의 이름은 Young Dol Kim 입니다. 어라 김영돌? 한국인이잖아!!
김영돌은 이도류의 대가입니다. 그는 쿠간과 대등한 대결을 펼칠 정도로 대단한 무사였습니다.  치열한 싸움을 벌이던 김영돌은 양손의 검을 손에서 내려놓습니다.

무슨 짓이야 어서 검을 집어들어
이만하면 충분하네 난 지쳤어 쿠간 
400년간 하루도 편히 쉴 수 없었어 이젠 마무릴 짓고 싶어
난 평화를 원하네
그렇게 하지 (I wll give you peace)

비록 적이지만 자신들이 어떠한 숙명을 가지고 살고 있는 지 알고 있기에 무척이나 비애가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쿠간은 그냥 미친 살인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자로 그려지는 데 여기선 그 역시 진정한 무사의 면모를 풍깁니다.

도데체 이 멋진 장면이 왜 삭제됬는 지 유튜브 댓글에서도 개탄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도류를 활용한 신선한 검술 액션신과 불사의 종족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을 잘 그려낸 이 신이 영화에 실렸다면 하이랜더는 더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삭제 이유라면 제 추측으로는 영화 속 쿠간의 캐릭터와 삭제신의 쿠간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조건 쳐죽일 악당이어야 하는데 갑자기 무사의 풍모가 느껴져선 관객들이 갸우뚱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레이첼

이 불사의 종족에게는 영생의 대가로 잃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자손을 가질 수 없습니다. 죽지 않는 대신 사랑하는 연인뿐만 아니라 자식도 없으니 이들은 영원토록 철저히 외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 독일이 점유하고 있는 지역에서 도망치던 코너 맥클라우드는 어린 소녀의 울음소리를 듣습니다. 코너는 그녀를 구출하던 중 독일군의 총탄에 맞습니다.
코너는 놀란 그녀를 진정시킵니다.

이건 마법 같은 거란다.

레이챌은 코너의 수양딸이 되었습니다. 어린아이였던 그녀는 이제 코너보다 나이가 들어 보입니다. 쿠간과의 대결을 앞두고 레이챌과 코너의 작별 신은 그의 첫 연인과의 작별 신만큼 애절하지도 퀸의 아름다운 발라드도 없이 담담합니다.

귀여운 레이첼,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잖니
오늘밤 러셀 내쉬(맥클라우드의 현재 가명)은 오늘 죽어
이건 마법 같은 거야

할머니가 다 되어가는 레이첼이지만 코너에게 그녀는 언제나 첨 만났을 적에 어린 소녀입니다. 레이첼을 안심시키기 위해 코너는 처음 그녀에게 건냈던 말을 다시 커냅니다.

몇마디 대사와 포옹만으로 연출된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너의 새 연인과의 러브신을 드러내고 차라리 수양딸을 키우고 그녀가 쿠간에게 납치되는 식의 이야기가 훨씬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습니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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