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킬링 이브 시즌 1 ( Killing Eve Season 1, 2018)



킬링이브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90%가 넘는 대중의 인기와 비평가의 좋은 평가를 모두 거머쥔 좋은 스릴러 드라마입니다.
작품은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킬러 빌라넬과 그녀를 쫓는 영국 정보기관 MI6의 수사관 이브 두 사람을 축으로 전개됩니다. 현재 2시즌까지 방영되었으며 3시즌이 제작중에 있습니다. 국내엔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높은 인기에 걸맞게 킬링이브는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산드라 오)과 더불어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도 하였습니다.

1. 친숙하지만 새로운 설정


킬링이브는 쫓는자와 쫓기는 자가 서로 푸닥꺼리고 갈등을 키우다 서로에게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는 공식에 잘 부합하는 작품입니다. 전편의 악당이 다음편에서 동료가 되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흡사해 보입니다. 드라마 한니발에서 렉터박사와 FBI 수사관의 관계가 킬링이브의 이브와 빌라넬의 관계와 가장 유사해 보입니다.

킬링이브와 분노의질주, 한니발과의 가장 큰 차이는 쫓는 자/ 쫓기는 자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이제껏 제가 본 못죽여 안달이다가 친구가 되는 설정은 모두 남자였습니다.

단지 성별을 바꾼 것 만으로 킬링이브는 마치 이런 장르를 처음 경험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해 주었습니다. 이야기 전개는 앞서 레퍼런스들과 비슷하게 진행되지만, 여성이어야만 가능한 대화, 소품, 배경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정도로 낯설었습니다.

또한 남성인 경우에는 절대 등장할 수 없는 코드인 사랑이란 캐미가 등장하기까지 합니다.
(분노의 질주에서 반 디젤과 폴 워커가 사랑에 빠지는 광경은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킬링이브는 이전에 한번도 보지 못했던 신선함을 경험하게 해 주었습니다.

2. 이브


이브는 007처럼 현장에서 뛰는 요원이 아닌 사무실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사무직 요원입니다. 그는 심리학을 전공하였고 평소엔 여성 킬러들의 정보 수집이 취미입니다. 그녀는 훤칠한 키에 두툼한 콧수염을 한 폴란드계 남성과 살고 있습니다.

사무실에만 일하다 보니 신변의 위험을 느낄 일이 전혀 없는 그녀는 이브에게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고 맙니다. 이브의 주변인물들이 빌라넬에게 살해당하는 지경에 이르자 남편은 이브에게 일을 그만두라는 잔소리를 계속 듣게 됩니다.

이브는 남편의 잔소리를 잠잠히 듣고만 있습니다. 이브는 자신을 걱정하는 그의 심정을 알기에 꾹 참다가 결국엔 남편과 대판 싸우고 급기야 뺨을 때리기에 이릅니다. 보통은 경찰인 남편이 아내의 잔소리를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집을 나가거나 거실에서 맥주나 독한 술을 마시는 씬이 나오는데 킬링이브는 달랐습니다.

'이야 잔소리좀 한다고 남편을 때리다니' 라고 생각하다가 넋이 나가있는 남편의 멍한 얼굴을 보니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와이프를 때린 남편은 개XX 지만 남편을 때린 와이프에 대해선 화보단 상황이 너무 코믹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길 바랍니다.)
개인적인 1시즌 이브가 한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3. 빌라넬


빌라넬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계속 그녀를 보고 싶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단 생각만 듭니다.

이런 류의 작품에선 얼마나 악당에게 공감하고 동정하고 죽지않고 행복하길 바라게 하느냐가 핵심인데 빌라넬은 120%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줍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니 그녀가 누굴 얼마나 잔혹하게 죽이건 말건 크게 개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빌라넬 하고 싶은 거 다 해" 란 심정이었습니다.

빌라넬은 사이코패스로 상대방의 감정뿐만 아니라 대상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는 인물로 나옵니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웃는 모습을 보며 따라하는 장면으로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보여줍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정말로 빌라넬이 사이코패스인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정말 그녀는 사랑이란 감정을 가질 수 없는 지 의심이 듭니다. 드라마 작가진들이 빌라넬을 어떻게 설정했는 지 몹시 궁금합니다.

사이코패스에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물로 성장하도록 설정하였는지, 시청자를 현혹시킬 장치로 그녀가 이브를 사랑하는 것처럼 꾸민 건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킬링이브가 마무리되면 알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3. 캐롤린


캐롤린은 MI6에서 러시아를 책임지는 간부입니다. 말단 여직원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며, 그녀의 외모와 옷차림은 그녀들의 아이돌로 적합합니다.

이브가 캐롤린에게 무슨 화장품을 쓰는 지 물어보고, 캐롤린이 그녀에게 립밤이 있는 지 물어보는 자동차 안 씬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첩보요원과 그의 상관이 차안에서 미션을 수행하러 가는 길에서 어떤 대화가 흘러나오는 지 이미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봐 왔지만, 킬링이브에서 두 여성이 나누는 대화는 정말 쌩뚱맞아 보였습니다.

이브는 캐롤린이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러시아 요원들과 잠자리를 한다고 의심합니다. 아니, 국가가 아닌 사적인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의심합니다. 하지만 사적인 이익을 취하건 말건 캐롤린은 산전수전 다 겪은 러시아 정보요원들에 전혀 뒤지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그들을 다룹니다.

목적을 이룬다면 자신에게 다소 피해가 되더라도 개의치 않는 피도 눈물도 없어뵈는 모습을 보입니다. 빌라넬과는 전혀 반대의 지점에서 쿨하고 멋진 분이라 등장할 때마다 멋지셨습니다.

4. 콘스탄틴


콘스탄틴은 이구역의 미친X인 빌라넬을 유일하게 이해하고 핸들링할 수 있는 남자입니다. 그는 빌라넬을 책임지고 관리하면서 그녀의 다음 암살대상을 통지합니다.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총질을 해도 두 사람의 눈빛엔 상대방에 대한 용서와 애정이 꾹꾹 담겨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초반 어두운 킬링이브의 분위기를 밝고 재미나게 만들어 주는 건 두 사람의 공이 큽니다. 시즌 2에서도 계속 두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계속 되길 바래 봅니다.


시즌 1 예고편


시즌 2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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