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로마 (ROMA ,2108)


2013년 그래비티를 보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그의 신작이 나온다는 사실에 기뻤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는 뉴스에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쿠아론 감독급이면 원하는 영화사에서 무엇이든 영화를 만들 수 있을텐데 왜 넷플릭스일까 의아했습니다.

영화 로마를 보고 나니 아무리 쿠아론 감독이라도 영화사가 선뜻 제작하기를 꺼려했겠구나 싶었습니다. 로마는 넷플릭스에게 더 알맞는 영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넷플릭스라서 극장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영화를 보았을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1. 경이로운 오프닝

많은 영화팬들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에서 기대하는 것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롱테이크신일 것입니다. 저 역시 칠드런오브맨, 그래비티의 롱테이크신을 보고 그의 팬이 되었기에 이번 신작 로마 역시 롱테이크가 주 관심사였습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얼마나 롱테이크 연출에 대가인지 확인할 수 있는 몇 장면을
골라보았습니다.

칠드런오브맨

그래비티

영화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위에 보여드린 기가막힌 롱테이크신를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감독님은 영화가 시작되지마자 저의 생각이 틀렸음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영화는 화장실로 추정되는 타일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 채 시작됩니다. 곧이어 물소리가 들려오고 거품과 함께 물이 타일 위를 미끄러져 갑니다. 물이 걷히고 나자 벌써 롱테이크의 마법이 시작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타일 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나타나고 그 창 안에 하늘과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이미지를 보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하지만 로마의 오프닝 장면은 제게 정말로 처음 경험하는 새로움이었습니다.

2. 소리

영화가 끝이 나고 엔드 크레딧을 하염없이 듣고 있던 중 이 영화엔 영화음악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라디오,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제외하고는 영화를 위해 작곡된 스코어 음악은 없습니다.

로마에는 음악이 없는 대신 소리가 있습니다. 새들의 지저귐, 강아지 발걸음, 집앞의 거리에서 뛰노는 아이들, 피리소리, 엠블런스, 전화벨 , 파도, 나무가 타는 소리 등 온갖 날것의 소리가 쉴새없이 들려옵니다.

주변에서 항상 들을 수 있는, 들려오는 소리들이 하나같이 우렁차서 어느 하나 무시하고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홈시어터가 구축되어 있는 분들은 눈을 감고 소리만 들어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특히 바닷가 파도소리는 코엑스 아트모스관에서 들려오는 사운드 저리가라 할 만큼 현장감이 대단했습니다.

3. 클레오



조용하고 숫기가 없어 보이는 클레오는 메이드로 일합니다. 클레오는 의사 내외와 그들의 네 자녀들의 시중과 집안일을 하고 있고 가족들은 그녀를 좋아합니다. 영화의 초반은 그녀의 하루 일상을 차분하게 보여주는데 특별히 고단해 보이거나 지쳐보이진 않습니다.

집안일이 그렇듯 쉴 새가 없지만 그녀에게도 삶이 있습니다. 데이트도 하고 사랑도 하고
이별을 경험합니다. 거의 말없이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하고 얼핏 수동적인 삶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 한번 감독은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를 보여줍니다. 운동장에서 그녀보다 강하고 우월해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린 클레오가 얼마나 강한 여성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 모습 덕분인지 다음 이어지는 그녀의 슬픈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몸과 마음을 잘 추스리고 살아갈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4. 감상평


잔잔한 드라마 속에서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화려하기 그지업는 소리에 눈과 귀가 즐거웠습니다. 클레오의 삶을 지켜보는 것 역시 즐겁기도 했고 몹시 슬프기도 했습니다. 클레오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다면 행복했다고 말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 탓에 저역시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5. Update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알고 있는데 과연 누구를 소재로 했는 지 궁금했습니다. 전 클레오가 모시는 가족의 둘째 아들이 감독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문장(Para Libo "리보를 위하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Libo는 다름아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어린 시절 그녀의 가정부였던 Libo Rodriguez입니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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