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스] Swamp Thing Vol.1 : Anatomy Lesson

 

Writer : Alan Moore

Artist : Stephen Bissette & John Totleben 

앨런 무어는 미국만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순간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첫번째 작가일 것입니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작품들(Watchmen, V For Vendeta , Killing Joke, From Hell)은 어느것 하나 비범하지 않은 작품이 없는 걸작들 투성이입니다. 재미는 개인 취향이지만 다른 미국 만화와는 확실하게 급이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작가입니다.

그의 여러 대표작이 국내 출간되었지만 아쉬게도 Swamp Thing은 미발간되었습니다. 영국에서 작가생활을 하던 앨런 무어가 미국으로 건너가 DC 코믹스에서 처음으로 쓴 작품 Swamp Thing은 국내 출간된 작품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Swamp Thing Vol.1 : Anatomy Lesson편은 여러 웹진에서 스왐프 씽 시리즈 중 가장 훌륭한 에피소드를 꼽을 때 단 한번도 빠진 적이 없는 작품입니다.

아마 스왐프 씽이란 캐릭터가 있다는 것만 알던 분들은 이 편을 통해 그가 어떤 존재인 지 선명하게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이번 편은 제임스 우드루(James Woodrue) 박사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나는 지금 아파트에서 비를 보며 그 늙은이를 생각한다.
그는 유리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겠지.. 어쩌면 아닐 수도. 
그러다 유리문은 곧 온통 피로 뒤덮이고 있을 것이다. 엄청나게 많이.

그리고 제임수 우드루 박사는 처음 노인을 만난 날을 떠올립니다. 노인은 모든게 자동화되어 자기 방에서 연구소의 문과 장치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걸 과시합니다.
노인의 연구를 돕는 조건으로 제임스 우드루 박사는 감옥에서 가석방되었습니다.

노인은 제임스 박사를 차가운 냉장실로 안내합니다.

여기에 그가 보관되 있습니까? 얼마나 됬죠?
그가 죽은 후 줄곧 여기에 있었네. 한 2주쯤 됬었어. 이제 열테니 너무 겁먹지 말게.
(스왐프 씽은 전 이슈에서 사설 군인들에 의해 총에 맞아 사살되었습니다.

그것이 제임스 우드루 박사와 스왐프 씽의 첫번째 만남이었습니다.


한때 인간이었습니까?
맞네, 알렉 홀랜드란 친구였지. 그도 자네처럼 박사였네.
알렉은 정부 연구과제인 바이오 성장촉진 화학식(Bio Restorative Formula)을 개발 중이었어.
작물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목적이었지. 허나 실험은 내부자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어.
연구소에 폭발이 일어났어.
알렉 홀랜드와 그가 만들던 화학 용해질은 연구소가 있던 늪지대로 가라앉고 말았어.
그리고 보는 바와 같이 이것이 창조되었지.

아까 린다 홀랜드란 이름을 언급하셨습니다.
린다는 알렉의 아내이자 동료였네. 폭발사고 후 알렉이 사라진 직후 사살되었네.
자네가 여기 있는 이유는 그녀때문이기도 하지.

보다시피, 우린 알렉이 연구하던 그 화학식에 관심이 많았어.
알렉은 사라져 없지만 우리에겐 린다가 있었지. 
우린 어쩌면 린다의 세포에 화학식이 녹여져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녀의 무덤을 파해치고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떼어내 찾아보았다네.

우리가 뭘 찾아냈는 지 아나?

NOTHING.
화학식은 그녀의 몸에 있긴 했네. 단지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지.
그 화학식은 본래 인간에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디자인되었거든.
그건 그냥 식물이었어.

여기에 보관된 우리의 친구만 제외하면 말이죠. 맞나요?

우린 그 화학식이 어떤 방식으로 알렉 홀랜드를 식물로 변형시켰다고 추측하고 있다네.
이제 왜 우리가 자네를 감옥에서 나오게 한 줄 알겠지?
자네 피부는 원래 그런 모습이 아니지 않나? 자넨 마음대로 용해시킬 수 있다고 들었네,

제임스 우드루 박사는 직접 노인에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합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훌륭해. 플로로닉 맨(Floronic Man), 우드루가 맞군.
(플로로닉 맨, Plant Master, Floro, Seeder로 불립니다. 그는 식물학 박사이며 이후에 식물과 융합하여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나는 바로 다음날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난 알렉 홀랜드, 스왐프 씽을 해부하면서 몹시 흥분되었다.
바이오 케미칼 사고가 나를 변형시킨 이후로 나와 같은 인간 식물 하이브리드를 연구할 기회가 오기를 오랫동안 갈망해왔다.

난 나와 같은 동족의 장기를 가까이서 들여다 볼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꿈꿔왔었다.

이게 다 뭔가? 폐인가?
아닙니다. 겉보기엔 폐처럼 보일 뿐입니다. 인간의 폐는 산소를 혈관으로 공급하는 모세혈관들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폐의 기능이죠. 허나 이건 식물 섬유질입니다. 이 섬유질들은 인간처럼 산소를 혈관으로 보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섬유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작동을 하지 않아요. 이건 폐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의 뇌도 심장도, 신장도 모두 그렇습니다. 모양은 인간의 것과 같지만 역시 아무런 작동도 기능도 하지 않습니다.

제임스 우드루 박사는 슬슬 자신이 이 물음에 답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질다면 다시 감옥으로 돌아갈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고 걱정이 들기 시작합니다.

하루하루 속절없이 시간이 지나던 어느날 우드루 박사는 샤워를 하면서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박사는 언젠가 읽었던 플라나리아에 대한 논문을 기억합니다. 

마침내 제임스 우드루 박사는 해답을 찾게 됩니다.


좋아 우드루 박사, 얘기할 게 뭔가?
플라나리아입니다. 그게 바로 모든 열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플라나리아에 대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간단한 미로를 만들고 플라나리아가 미로를 빠져나가도록 가르쳤습니다.

그리곤 플라나리아의 윗부분을 잘라냈습니다. 잘려진 플라나리아는 다시 재생했지만 미로를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존의 잘린 플라나리아를 새로 재생한 플라나리아에게 먹였습니다. 그러자 그 플라나리아는 미로를 통과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의식과 지식은 음식을 통해 전달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건 식인풍습을 지닌 원주민들이 부족의 현자를 섭취해 그의 지혜가 먹은 자에게 옮겨진다고 여겼던 개념과 유사합니다.
알렉 홀랜드는 폭발사고로 그가 연구하던 화학방정식으로 만들어진 용해질이 그와 결합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채로 그는 늪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알렉 홀랜드는 그때 이미 죽어 있었다는 겁니다.
늪 속에서 알렉은 분해됩니다.

늪 속에 있던 식물들이 알렉 홀랜드를 흡수하게 됩니다. 그를 먹은 거죠.
알렉은 플라나리아처럼 식물에게 섭취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죽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알렉의 의식이 식물에게 영향을 미치고 만 겁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알렉이 가진 지성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흐릿하지만 분명한 생존 의식을 가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를 말입니다.
식물은 과거 인간이었던 알렉의 모습을 닮아 형태를 취하게 됩니다. 자신이 과거에 뼈가 있다는 걸 기억하고 나무로 이루어진 골격을 형성합니다. 그담엔 식물 섬유질로 근육을 만듭니다.

식물은 이제 폐와 뇌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그를 닮도록 복사하는 겁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우린 스왐프 씽이 알렉 홀랜드라고 여지껏 생각해 왔습니다. 무언가가 그를 식물로 변형시켰다고요.

사실은 그것은 자신을 알렉 홀랜드라고 생각하는 식물인 겁니다. 
알렉 홀랜드가 되려고 하는 식물일 뿐인 겁니다.

우드루의 설명을 잠자코 듣던 노인네는 우드루 박사를 해고합니다.
바이오 성장촉진 방정식을 손에 넣으려던 그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이를 다른 투자자들이
알게 해선 안되기 때문입니다.

노인네는 우드루 박사를 해고하고 잠시 방을 비웁니다.
우드루 박사는 그 틈을 타 노인네의 컴퓨터를 만집니다. 최첨단 시설이기에 노인의 방안에 컴퓨터는 모든 시설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우드루 박사는 스왐프 씽이 갖힌 방안의 온도를 높이고 물을 줍니다.

그리고 문을 개방합니다.
자택으로 돌아온 우드루 박사는 맹렬히 퍼붓는 비를 보면서 노인네를 생각합니다. 

아마 오늘도 그는 여태 집에 가지 않고 일을 하고 있을거야.
당신은 내가 하던 말을 다 끝내게 놔뒀어야 했어.
당신은 내 말을 끝까지 들었어야 했어.

당신은 내게서 가장 중요한 얘길 들을 수 있었을 거야.


그랬다면 당신은 머리에 총을 쏘는 걸로는 식물은 죽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을 테니 말이야.


냉동실에 그를 얼려 보관할 순 있겠지. 하지만 당신은 그걸 죽일 수 없어.
그건 되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걸 얻지 못해 그렇게 누워 있는 것 뿐이야.

노인은 혼자서 어떻게든 연구를 하려고 할테지. 냉동실에 들어가 상황이 어떻게 됬는 지 알게된다면 그가 어떻게 행동할 지 너무 궁금하군.


만약 스왐프 씽이 거기에 없다면?  그는 무얼 제일 먼저 할가?
아마 자기 사무실로 달려가 스왐프 씽을 사로잡기 위해 선더랜드 스와트 팀을 부르려 하겠지.
이성적인 사람이면 당연 그렇게 하겠지.

그리고 상대가 그렇게 움직일거라고 생각하는 잡초와 이끼로 뒤덮여 걸어다니는 식물은 과연 무엇을 할까?


그리고 난 스왐프 씽이 그 방에서 무엇을 보았을 지 궁금하다. 
알렉 홀랜드에 대해 쓴 나의 보고서를 그는 얼마나 보았을까? 

자네.. 음. 자네 정말로 지성을 가지고 있는가?
내가 말하는 걸 이해할 수 있나?
자네 앞에 있는 그 보고서.. 그걸 읽을 수 있는 지 모르지만... 하지만..

YES, I ....HAVE READ... FILE


맘에 들었나?


여지껏 스왐프 씽이 누군가를 해치거나 살해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어쩌면 그 노인네는 그렇게 스왐프 씽을 겁내할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스왐프 씽이 내 보고서를 읽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허나 만약에 그가 내 보고서를 읽었다면...
지금의 그의 비참한 모습을 생각한다면, 그가 제정신을 유지하게 해주던 것은 언젠가 그가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희망뿐이었다.

그러나 내 보고서를 읽었다면, 그는 이제 그가 품고 있던 생각들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알렉 홀랜드가 아니란 것을.

그는 이제 앞으로 영원히 알렉 홀랜드가 되지 않으리란 것을.

그는 한번도 알렉 홀랜드였던 적이 없다는 것을.

그는 그냥 유령일 뿐이다. 잡초를 둘러입은 유령말이다.


노인은 유리문을 두드리고 있겠지. 
비명을 지르면서도 왜 이런 일이 자신에게 벌어진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스왐프 씽의 안에 피가 흐를까? 피가 흐르는 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허나 그건 중요치 않다. 피가 없다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The Blood doesn't Matter

중요한 건 그의 안엔 죽음만이 있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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