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스] 샌드맨 유니버스 : 분열의 파티 ( Delirium's Party : A Little Endless Storybook )

Story : Jill Tompson

Art : Jill Tompson

Genres : Fantasy

국내에도 전권이 출간되어 있는 닐 게이먼의 샌드맨(Sandman)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인 영원(Endless)들은 세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형제들입니다. 우주가 창조되자마자 첫째인 운명이 탄생하고 뒤이어 차례대로 죽음, 꿈, 파괴, 욕망과 절망(둘은 쌍둥이입니다.) 그리고 막내 분열이 세상에 나옵니다. 분열은 처음 태어났을 때 기쁨이었지만 세월이 지나 변하게 됩니다.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지만 그들도 한때는 어린 꼬마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분열의 파티'는 아직 영원 형제들이 어린아이였던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샌드맨에 그려진 영원들과 정 반대의 귀엽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이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즐거운 감상이 되실 겁니다.

샌드맨을 모르는 분들이라도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동화책을 읽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어 부담없이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옛날 옛적에 분열(Delirium)이란 이름의 공주가 살았습니다.
공주에겐 바나바(Barnabas)란 강아지 친구와 그녀만의 형형색색의 영지가 있었습니다.
공주와 바나바는 영지에서 즐거운 놀이를 보내며 지냈습니다.

때때로 분열은 그녀의 언니오빠들의 표상이 전시된 방에 가 언니오빠들을 불러 같이 놀곤 했습니다. 절망(Despair) 언니의 방은 항상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는 듯 뿌옇습니다.
그곳은 마치 눈물이나 날카로운 금속맛이 나는 듯한 곳입니다.

어느날 밤 분열 옆에서 토끼를 뒤쫓는 꿈을 꾸고 있던 바나바가 분열의 외침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근심어른 표정을 지으며 분열이 혼자 말합니다.

난 여태 절망 언니가 웃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 단 한번도! 

누굴 미소짓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그 누군가가 바로 형제라면 그건 진짜진짜 중요한 거야!
내 말이 맞지? 바나바?

맞아

분열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중요한 사실을 알아차렸단 생각에 뛸듯이 기뻤습니다.

분열은 절망을 기쁘게 해줄 게 뭐가 있을까 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아하!

바나바! 누구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게 뭘까?

낮잠? 

아냐!

바로 파티야!

언니를 위해 깜짝 파티를 여는거야!

분열은 언니를 위해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바나바는 초대장 만드는 걸 도왔습니다.
케이크와 식탁이 세팅되고 주위의 물건들이 노래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파티의 손님들, 영원 형제들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합니다.

파티의 주인공 절망 외에 모든 형제들이 모두 도착하자 분열은 손님들에게 외칩니다.

SHHHH! SHHHHHH!
전부 숨어! 언니가 오고 있어!

형제들이 황급히 몸을 숨기자 드디어 절망이 파티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SURPRISE! SURPRISE! SURPRISE! SURPRISE! SURPRISE!

분열은 절망을 깜짝 놀래키 위해  환호성을 지르지만 절망은 무표정한 채로 있을 뿐입니다.

절망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 "

절망의 무표정에도 분열은 좌절하지 않고 언네를 위해 준비한 케이크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절망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 "

보다못한 꿈(Dream)이 동생에게 한마디 합니다.

널 즐겁게 해주기 위해 분열이 이렇게 노력을 했는데 넌 고맙지도 않니?

하지만 절망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 "

다급해진 분열은 형제들에게 미리 준비하게 한 선물들을 어서 절망에게 주라고 합니다.   

첫째인 운명(Destiny)가 먼저 준비한 선물을 꺼내듭니다.
그는 동생에게 쇠사슬이 달린 커다란 책을 선물합니다.

리본을 풀고 책을 펼쳐 보렴
내 정원의 아름답고 멋진 길들을 볼 수 있을거야.
이 책만 있으면 어렵고 고통스런 길들을 쉽게 피해 걸을 수 있지.

"와 이거 정말 근사한 선물인걸요" 바나바가 옆에서 거듭니다.

하지만 절망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 "

운명은 책을 덮고 조용히 한쪽 구석에 가 앉았습니다.

두번째로 셋째인 꿈(Dream)이 동생에게 다가갔습니다.
그의 손에는 은색빛의 별들이 수놓아진 자그마한 검고 밸벳 상자가 들려있습니다.

절망은 상자를 열고 그 안엔 동그란 크리스탈 구슬이 있습니다.

쉴때 이걸 안고 있어봐. 동생아
잠자는 동안 네 꿈속엔 가장 즐거운 상상들이 펼쳐질 거야. 그리고 너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들은 꿈이 되어 영원히 보관될거야. 이제 다시는 악몽에 시달리는 일도 없을거란다.

"와 이것도 정말 대단한 선물이에요" 바나바가 또다시 옆에서 거듭니다.

하지만 절망은 크리스탈 구슬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절망은 텅빈 박스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꿈은 큰 한숨을 쉬며 선물상자를 닫고 역시 한쪽 구석으로 가버립니다.

욕망은 그녀의 쌍둥이 자매인 절망을 형제들중 누구보다 절망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욕망의 손엔 비단끈으로 매듭지어진 하트모양의 상자가 들려있습니다.

상자 안에는 은빛줄로 된 빛나는 하트모양의 목걸이가 있습니다.

이걸 목에 걸고 있으면 넌 모든 이들이 갈망하는 대상이 되는거야.
모두가 필요로 하고 , 원하는 , 애타게 바라는 것말야.
넌 모두의 뮤즈이자 영감이 되는거지.

하지만 절망은 목걸이를 목에 걸지 않았습니다.

절망은 그저 의자에 앉아 앞을 멍하니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욕망은 상자를 황급히 닫아버리고 아래만 쳐다본 채 한쪽 구석에 가 앉았습니다.

영원형제의 넷째인 파괴(Destruction)은 종이로 급하게 싼 티가 나는 선물을 동생에게 줍니다.

"어서 포장지를 찟어봐" 파괴가 성질 급하게 외칩니다.

절망은 그녀의 낚시용 갈고리 모양을 한 반지를 이용해 포장을 조심스레 찟습니다.
포장은 겹겹이 둘러쌓여있어 절망은 한참을 씨름을 해야 했습니다.

파괴의 선물은 자그마한 찻잔과 그 안에 든 모래였습니다.

이 컵안에 든 모래로 무엇이든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단다 동생아
산, 건물, 강들 계곡도 만들수 있고 무엇이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어.
만든게 지겨워지면 언제든 뭉개고 다시 만들 수도 있어.

"정말 끝내주는 선물이에요" 바나바가 또다시 옆에서 거듭니다.

하지만 절망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 "

파괴는 기분이 상해 발을 질질 끌며 나가버렸습니다.

이제 영원 형제들의 둘째인 죽음(Death)가 마지막으로 동생 앞에 다가갑니다.

죽음 손을 포갠 채 그녀 앞에 손을 내밉니다.

이 손 안에 너에게 줄 선물이 있어. 사랑하는 동생

죽음은 손을 펼쳐보이지만 그 안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너가 날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너에게 찾아갈게.
그럼 넌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얻을 수 있을거야.
너가 할 거라곤 그저 네게 펼친 내 손을 잡기만 하면 되

죽음의 맞언니다운 행동과 천사같은 얼굴은 영원 형제들의 입가에 미소가 맺히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절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에 죽음의 장밋빛 입술은 아래로 처지고 그녀 역시도 한쪽 구석으로 가버립니다.

영원형제들의 마음처럼 분열의 영지의 하늘빛이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조명도 어두침침해 지고, 파티를 위해 준비한 모든 것들이 흐지부지되고 맙니다.

영원형제들 모두가 우울한 기분이 들었고 그들의 마음엔 슬픔이 가득해졌습니다.
분열의 눈은 눈물로 가득차 범벅였습니다.

실패하고 말았어 바나바!
언니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제대로 된 게 없어!

분열이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나머지 형제들도 다같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희망을 잃고 좌절한 그 때 바나바가 우연히 절망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나바가 분열을 향해 다급히 외칩니다.

저걸봐 절망이 웃고 있어 !

모두가 절망과 슬픔에 마음이 공허해진 모습을 보고 절망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절망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그녀가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절망이 미소짓는 모습을 본 분열은 그제서야 덩실덩실 춤을 추고 기뻐합니다.
영원 형제들도 분열의 기쁜 모습에 함께 즐거워합니다.

분열이 바나바에게 말합니다.

내가 말했지? 이 파티가 언니를 웃게 만들어 줄 거라고!
누굴 미소짓게 만드는 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