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fer Vol.2 : Writing on the WALL


Writer : Mike Carey
Artist : Dean Ormston



전편 Paradiso 편에서 루시퍼는 바사노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루시퍼가 세운 우주는 이제 바사노의 것이 됩니다. 이번 편 Writing on the WALL 에선 루시퍼가 바사노에게 패배하기 전에 벌어진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 편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편인 Paradiso를 보시기 바랍니다.  


어머니는 전쟁의 승패는 대화에 달렸다고 말씀하셨다.
이블리스에서 두 다리로 선 자들이 우리땅을 침범해 왔을 때 어머니가 그들을 만나러 가셨다.
어머니는 에사-하네(ESA-HANE),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말을 하기만 하면 모든게 그대로 이뤄졌다.

어머니는 두 다리로 선 자들의 대장에게 가장 원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셨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힘"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어머니는 태양에서 일부를 때어내어 그의 머리 위에서 춤추게 하셨다.
" 봐요, 여기 힘이 있어요. 어서 가져가세요. 아님 제가 따서 드릴가요? "
그렇게 두 다리로 선 자들은 자기들 도시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훌륭한 협상가셨다. 어머닌 쓸데없는 말은 절대 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란 가장 친한 친구인 게스와 결혼을 하셨다.
두 사람은 세명의 자녀를 가졌다. 부키쉬, 에사-헨차, 그리고 나 에사-키라 


어머니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셨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날 제일 아끼셨다.
내가 어머니와 가장 닮았기 때문이다.

10살때 난 경솔한 말을 하다가 나무가 불에 타오르게 만들었다. 
그 순간 내 안에 굳건히 서 있던 댐이 무너지고 난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 전쟁에 대한 꿈을 꾸었어요. 이 세계를 모두 집어삼켜버릴 거대한 전쟁을 꿈꿨어요.

전쟁은 늘 있단다. 폭풍이 늘 있는 것처럼. 그럼 태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세상을 말리지.
생명은 언제나 죽음보다 강하단다.

하지만 제 꿈에서... 전 창조주께서 추락하시는 걸 보았어요. 
제 생각엔 그분이 돌아가시는 걸 본 것 같아요.  


어머니 제가 뭘 해야만 할까요? 창조주께 알려드려야 겠어요.
그분께선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걸 모르실지도 몰라요.

키라야, 내 꿈에서 창조주께선 바위처럼 굳건히 계신데, 도데체 무슨 말이니?


에사-키라는 창조주(루시퍼)에게 경고를 하러 혼자 집을 나섭니다. 키라는 고작 13살에 불과했지만 어머니의 능력을 물려받은 마법사였기에 그녀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키라에게 잔잔한 바람이 향하는 남쪽으로 가라고 일러주었습니다.
키라는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키라는 창조주가 계시는 곳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문을 보게 됩니다.  


창조주님?
당신께 닥칠 위험에 대해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창조주님이 돌아가시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창조주의 응답은 들리지 않고 침묵만이 먼지를 잔뜩 품은 커튼처럼 내려앉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분께 메시지를 적어서라도 알려드려야겠어. 그러려면 도구가 필요해.

키라는 방의 벽을 만져보고선 자신이 벽을 통과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키라는 벽 넘어에 신들이 사는 도시를 상상했습니다. 허나 키라의 눈 앞엔 심하게 뒤틀린 꿈같은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더럽고 위험한 LA의 뒷골목에서 사람들은 네 발 달린 캔타우르스 키라를 신기한 눈으로 처다 봅니다. 놀라움과 호기심어린 눈으로 키라를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쁜 마음을 품은 이도 있었습니다.


한 무리의 건달들이 키라를 골목 구석으로 몰아넣지만 키라는 자신도 모르게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여 위험을 모면합니다.


키라는 창조주께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필요한 페인트를 구해 돌아갑니다.


키라는 창조주가 절대로 오해하거나 그냥 지나치치 않도록 분명하게 메시지를 벽에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다 그리고 키라는 창조주가 올 때까지 기다려볼까 생각했지만 키라는 몹시 배가 고팠습니다.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굶주림에 키라는 더는 기다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합니다.


키라는 부두로 갔지만 그녀가 타고 온 배는 이미 떠난 후였습니다. 다음 배를 기다리고서 키라가 집으로 오기까지 10주가 걸렸습니다.

키라는 집 앞 우물에서 물을 기르는 남자에게 소리쳤습니다.

아버지! 아빠! 저에요. 키라!
어머나.. 죄송해요. 제 아버지인줄 알았어요. 제 어머니의 하인이신가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이 농장은 이블리스의 터존 주인님 농장이란다. 
누구라고요? 여긴 제 어머니 에사-하네의 집이에요. 그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제 가족들은 다 어디에 있는거죠?


오 키라야, 너로구나. 주여 감사하나이다.
날 잘 보려무나. 키라. 

키라는 노인의 얼굴을 찬찬히 드려다보고 나서야, 노인이 아버지임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아버지로부터 내가 집을 떠나고 60년의 시간이 흘렀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내가 떠나고 10년이 지나서 돌아가셨다. 어머닌 임종 때 내 이름을 부르셨다고 한다.  그 뒤로 두 다리로 선 자들이 다시 쳐들어왔고 마법사가 없는 마을은 속절없이 모든 걸 빼앗기고 말았다.
그리고 언니 동생들은 모두 노예로 팔려가고 말았다. 

어머니와 가족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던 이곳에 내가 없었다는 게 날 너무나 슬프게 했다.

여길 떠나지만 않았어도, 창조주에게 경고를 전하러 가지만 않았어도....    


난 두 다리로 선 자들의 마을로 가 그들과 집을 모두 불살라 버렸다. 도망치는 자들까지도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어머니가 증오와 분노를 담은 내 마법을 보시면 분명 눈물을 흘리셨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다. 


그 후 다시 60년이 흘렀고 마을은 다시 예전처럼 평화로운 곳이 되었다.
그리고 나도 이제 노인이 되었다.


난 다시 한번 창조주를 뵙고 싶었다. 내가 죽기 전 단 한번이라도 그분을 보고 싶었다.
내가 남긴 경고가 그분을 구했는 지 알고 싶었다.


그림을 그렸던 방에 다시 돌아왔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내가 그린 그림은 아직 물기가 가시지도 않은 상태였다.

손에 묻은 물감을 보며 난 영원을 손 안에 쥐고 있는 기분이었다.
창조주의 스케일에 내 인생이 얼마나 초라하고 자그만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켄타우르스나 인간이나 창조주에게는 그저 하루살이에 불과할 뿐이다. 하루 동안 춤을 추다 사라지는 벌레들처럼 말이다.


그분에겐 벌레보다도 못한 내가 그분 걱정을 하다 내 인생의 절반과 가족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난 그림을 물로 지우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는데...
게다가 이젠 지우기까지 하는군.


난 눈 앞에 서있는 분이 바로 창조주란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이미 꿈속에서 그분을 몇번이나 보았기에 말이다. 나도 모르게 그분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 안의 모든 힘들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내 세계에 들어왔구나.
그렇습니다. 창조주님.
그럼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당신께 소식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소식이라.. 알겠다.
이 그림이 너가 전하려던 소식이라면. 네가 여길 침입한 죄는 눈감아주지.

창조주는 내가 그린 그림(하지만 나로 인해 훼손되버린)을 힐끗 보시고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으셨다.

난 문 밖으로 나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내 다리는 후들거렸고, 내 등은 그분의 시선때문에 불에 그을리는 것만 같았다.

그분은 내가 나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으실 거란 걸 알았다.

제가 그린 그림은 제가 꿈속에서 본 거였습니다.

경고입니다. / 정말이냐?

그건 당신께 닥칠 위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너가 말한대로 넌 생각을 바꾸었구나.
이제 난 너가 전한 경고를 알지 못한 채 앞으로의 위험을 마주하게 되겠군.

다시 나의 세계로 돌아오니 세상은 한창 겨울이었다. 
매서운 추위를 느끼면서 마치 이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곧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전조라고 느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싣고 우연히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수레 하나가 머리 위를 날며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수레의 그림자가 내 영혼 사이를 쏜살같이 가볍게 날아드는 것만 같았다.

그것을 보자마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알았다. 하지만 난 이제 노인이 되었고 더이상 내가 할 일은 남아있지 않았다. 내 꿈들은 과거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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